생산성 높여야 인플레 잡는다

입력 2021-11-19 17:20   수정 2022-02-15 19:00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인플레이션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6.2% 상승했다.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식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4.6% 올랐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8.6%에 달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다. 최근 12개월 사이 등유 가격은 59%, 휘발유는 50% 급등했다. 가정용 가스값은 28% 올랐다. 새 차 가격은 10% 상승했고, 중고차는 26% 뛰었다. 차량을 빌리는 비용은 39% 올랐다. 가구는 12% 더 비싸졌고, 집값과 임대료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임금도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실질임금은 1.1% 줄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날짜는 자꾸 미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아직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가계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정부의 돈 풀기와 적은 지출 덕분에 2조달러 이상의 저축이 쌓여 있다. 소득 상위 가구들은 더 부유해져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1970년대를 기억할 만큼 나이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당시 10년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이른바 ‘자동 생계비 조정’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자동 생계비 조정은 물가 상승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이다. 이런 현상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가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게 제안한 것 중에는 자동 생계비 조정도 포함돼 있다. 다른 회사들도 인력 확보를 위해 이를 따를 수 있다.
"미국 노동인구 증가세 약화
갈수록 임금 상승 압력 커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두 가지 주요 원인인 반도체 칩 부족과 뒤틀린 공급망은 정책 입안자들이 바라는 것만큼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에도 전 세계 칩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지난 40년간 금리 하락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해줬던 힘이 멈춘 것이다. 미국의 노동인구는 1980년대 연평균 1.6%, 1990년대 1.3% 증가했다. 최근 10년간은 연평균 0.5% 증가에 그쳤다. 정치권은 그 격차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이민 개혁’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약해진 노동력은 임금 상승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다. 고령층이 저축한 돈의 일부를 쓰고 나머지는 자녀와 손주에게 물려주면서 젊은 세대 소비자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의 빠른 증가가 없다면 우리가 지난 40년 동안 봐왔던 것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자유로운 글로벌 무역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와 경제 자유화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반란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도 세계화 시스템의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미국은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제품의 생산 공장을 미국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고, 이는 인건비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매우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투쟁은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20년간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비록 석탄이 환경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싸다. 전기차로의 변환은 가까운 시일 내에 휘발유에 대한 수요를 줄일 만큼 빠르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Strap Yourself In: Inflation Isn’t Going Awa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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